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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김혜경 손털기' 유포 주진우 고발 -
법무부, 동물의 비물건화 토론회…사법 패러다임 전환 -
폭염 씻는 옥빛 물길, 강원도 계곡 트레킹 -
2억 화소 담은 '폴드8 울트라' 베일 벗다
- 이재명, '586 저격' 김보미 SNS 팔로우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파격적인 발언으로 주목받은 김보미 전 강진군의회 의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팔로우하며 정치권에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전 의장이 계정을 생성한 지 단 하루 만에 이루어진 이번 팔로우는 단순한 소통을 넘어 대통령이 차기 당권 흐름과 세대교체론에 대해 간접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현직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경선 후보, 그것도 기성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한 신인의 행보에 관심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앞서 김 전 의장은 지난 13일 진행된 민주당 당대표 후보 정견발표 현장에서 기성 주류 정치인들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화염병과 투쟁 방식에 머물러 있는 586 세대가 여전히 당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정청래, 송영길 전 대표와 김민석 전 총리 등 쟁쟁한 중진 의원들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민주주의의 기틀을 닦은 공로는 인정하나 정치를 수십 년간 독점할 권리는 없다고 일갈해 현장의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김 전 의장의 공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특정 후보의 연임 도전과 청년층의 이탈 문제를 정면으로 연결했다. 그는 청년들이 당을 떠나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자신의 기득권만 챙기려 한다며,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인사가 다시 당권을 잡으려 하는 현상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러한 발언이 담긴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단숨에 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이는 당내 기득권 정치에 피로감을 느낀 유권자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고든 결과로 풀이된다.대통령의 팔로우 소식이 전해진 이후 김 전 의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관심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대통령의 행보가 청년 정치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하며, 남은 경선 과정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전 의장 측은 이번 일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당의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대통령에게도 전달된 결과라고 보고, 이를 발판 삼아 세대교체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 것으로 보인다.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번 행동이 중진 후보들에게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이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신예 후보의 비판적 시각에 공감을 표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은연중에 당의 인적 쇄신 필요성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청래 전 대표를 비롯한 중진 후보들은 김 전 의장의 공격에 대응하는 동시에 대통령의 의중까지 살피느라 복잡한 셈법에 빠지게 됐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전당대회가 단순한 지도부 선출을 넘어 당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민주당 전당대회가 중반부로 접어드는 가운데, 대통령의 팔로우라는 뜻밖의 변수는 후보 간의 지지율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예 정치인의 패기 있는 도전과 이를 주목하는 최고 권력자의 시선이 맞물리면서, 이번 경선은 기성세대의 수성이냐 아니면 청년 세대의 반란이냐를 가르는 상징적인 무대가 되었다. 후보 등록을 마친 각 캠프는 이제 예비경선을 통과하기 위한 전략 수정에 돌입했으며, 유권자들은 대통령의 '클릭'이 실제 투표 결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 "고향집 관리해 드려요" 일본 고향납세의 진화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 감소로 방치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향납세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군마현 다테바야시시는 상속 등의 이유로 관리가 끊긴 유휴 농지를 정비해 주는 서비스를 고향납세 답례품으로 내걸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전체 농지의 약 2%가 경작 포기지로 방치되면서 발생하는 해충 번식과 쓰레기 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시외 거주 소유자들은 기부액에 따라 지급되는 정비 쿠폰을 활용해 전문 기업의 도움을 받아 땅을 고르거나 잡초를 제거할 수 있게 됐다.기존의 지자체 보조 사업이 시내 거주자로 한정되어 정작 관리가 시급한 외지 소유자들을 소외시켰던 맹점을 기부 제도로 보완한 셈이다. 다테바야시시는 기부 플랫폼을 통해 5천 엔부터 10만 엔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소유자들의 자발적인 관리를 유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농업위원회와 협력해 정비가 완료된 농지가 실제로 다시 활용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세수 증대를 넘어 지역의 환경적 가치를 보존하는 실질적인 행정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농지뿐만 아니라 빈집 관리 서비스 역시 일본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시즈오카현 후지시나 교토부 후쿠치야마시 등 190여 곳이 넘는 지자체가 이미 부동산 관리 서비스를 답례품 목록에 올렸다. 기부자가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지역의 실버인재센터나 건설업체가 빈집의 외관을 점검하고 환기나 청소를 대신해 준 뒤 사진과 함께 보고서를 전달한다. 최근에는 빈집을 아예 철거할 수 있는 비용 이용권까지 등장하며 시외 거주자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해결해 주는 맞춤형 답례품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이처럼 관리 서비스가 각광받는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강력한 빈집 대책 법안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은 관리가 부실한 빈집을 '특정공가'로 지정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고정자산세 감면 혜택을 박탈해 세금을 최대 6배까지 올리는 페널티를 도입했다. 소유자 입장에서는 관리업체에 매달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고향납세를 통해 세액 공제를 받으면서 자기부담금 2천 엔 정도로 고향집을 관리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세금 제도의 압박과 기부 제도의 혜택이 맞물리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낸 것이다.한국 역시 2023년부터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지역 특산물이나 관광 상품 위주의 답례품 구성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사례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빈집과 방치된 농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부 제도가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상속받은 부동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도시 거주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생활 밀착형 서비스로의 확장은 기부 참여를 독려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의 골칫거리를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전문가들은 일본의 관리형 답례품 모델이 한국의 인구 감소 지역에도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도 농촌 지역의 빈집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지자체가 지역 내 인력이나 업체와 연계해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환경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단순히 기부금을 모으는 단계를 넘어 지역의 현안을 기부자와 함께 풀어가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의 앞선 경험이 한국형 고향사랑기부제의 진화 방향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아시아 최초 사후 회고전, 마틴 파가 찍은 남과 북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가 마틴 파의 대규모 회고전이 16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작가의 작고 이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행사로, 1970년대 초기 흑백사진부터 말년의 원색적인 컬러 작업까지 500여 점의 사진과 90권의 사진책을 전관에 걸쳐 선보인다. 마틴 파는 생전 한국의 변화된 모습을 다시 카메라에 담고 싶어 했으나 건강 악화로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남긴 질문과 작품들은 이제 서울의 관객들과 마주하며 현대 사회의 소비와 욕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안한다.전시는 마틴 파의 초기 작업을 통해 그가 처음부터 화려한 색채의 조롱꾼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1970년대 그는 영국의 농촌 공동체와 비 내리는 거리의 풍경을 흑백 필름에 담으며 사라져가는 것들을 붙들려 노력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 미국의 컬러 사진가들에게 영감을 얻으며 그의 작품 세계는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컬러 필름과 플래시를 들고 해변으로 나간 그는 휴가의 낭만 뒤에 숨겨진 지친 노동계급의 여가를 적나라하게 포착했다. 이러한 시도는 당시 사진계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가난을 구경거리로 만들었다는 비판과 시대의 진실을 꿰뚫었다는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마틴 파의 카메라는 전쟁이나 혁명 같은 거대 담론 대신 슈퍼마켓, 파티, 음식 등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향한다. 그는 사람들이 사진가를 의식하지 않는 틈을 타 가장 대단하지 않은 순간을 포착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음식을 씹는 입 모양이나 명소를 등진 채 셀카를 찍는 관광객의 모습은 그의 렌즈를 통해 현대 인류학의 도감이 된다. 특히 이번 전시의 백미는 수백 장의 사진이 떼로 몰려올 때 발생하는 시각적 압도감이다. 반복되는 이미지들은 우리가 무엇을 사고 어디에 갔는지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는 소비 사회의 습관을 날카롭게 풍자한다.한국 관객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촬영된 남북한 연작이다. 1997년 평양에서 국가가 연출한 배경 앞에 선 사람들을 찍었던 그는, 이듬해 서울로 건너와 시장이 만들어낸 과자 봉지와 장난감 숲에 둘러싸인 사람들을 기록했다. 체제는 달랐지만 두 공간 속의 인간들은 모두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 앞에 서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장바구니 속에 앉아 물건들에 포위된 아이의 모습은 2004년 한국 사회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묘한 기시감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이번 전시의 제목인 'We Are Martin Parr'는 사진 속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임을 시사한다. 마틴 파는 관찰자로서 대상을 비웃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도 관광객이자 소비자로서 그 시스템 안에 존재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사진책을 단순한 보관함이 아닌 시대를 편집하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여겼으며, 방대한 양의 사진책 수집을 통해 이미지의 힘을 탐구했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사진이 단순한 조롱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비판이 섞인 복합적인 시선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된다.마틴 파가 다시 서울을 찾았다면 아마도 스마트폰 화면에 매몰된 현대인들의 풍경을 담았을 것이다. 전시장 밖에서는 그가 예견했던 소비와 전시의 문화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10월 18일까지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회고전은 관람객들에게 다음 웃음거리를 찾는 재미를 주는 동시에,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시대의 풍경이 과연 어떤 모습인지를 되묻게 한다. 거장이 남긴 질문은 전시장 벽면을 넘어 오늘날 서울의 거리 곳곳에서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 AI가 쓴 보고서 15분 뚝딱, 대학은 '비상'
인공지능 기술이 일상의 필수적인 배경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이른바 '사고 외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클릭 한 번으로 정교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자율성과 판단력을 잃어가는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의 발전이 삶을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듯 보이나, 그 이면에서는 인간 고유의 사고 과정이 생략되면서 발생하는 지적 공허함과 무능함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학생들의 실질적인 성장과 실력 축적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깊다.대학가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작성한 보고서와 발표 자료가 일상화되면서 교육의 본질이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주제를 파고들며 고민하고 구성안을 짜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루어졌으나, 이제는 단 몇 분 만에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교수들은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성향이 담긴 글 대신 규격화된 인공지능의 패턴이 반복되는 현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결과물이지만 정작 그 안에서 작성자의 의도나 깊이 있는 이해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결과물이 나오는 속도가 사고가 자라는 속도를 앞지르면서 학습의 기회가 박탈되고 있는 셈이다.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도구로서 활용하는 것과 자신의 사고 중심부를 맡기는 것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풍부한 배경지식을 갖춘 전문가에게 AI는 선택지를 넓혀주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기초가 부족한 상태에서 AI의 답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행위는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필터링 없는 정보 흡수가 반복될 경우 주체적인 판단 능력은 퇴화하고 결국 인공지능이 이끄는 대로 사고가 흘러가게 된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차원을 넘어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 자체를 기술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효율성과 최적화만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도 사고 외주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인공지능은 주어진 목표 안에서 가장 빠른 길을 찾는 최적화에는 능숙하지만, 무엇이 더 중요한지 가치를 따지는 우선순위 결정에는 한계가 있다. 고객의 신뢰나 사회적 책임과 같은 인간적 가치는 데이터 계산만으로 도출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단순 작업을 AI에게 맡기는 것은 긍정적이나, 그로 인해 확보된 시간을 다시 더 많은 생산에만 투입한다면 인간은 기술의 속도에 쫓기는 부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기술이 벌어준 시간을 깊은 판단과 인간적 교류에 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인공지능이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는 인간이 지켜내야 할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목표가 불명확한 상황이나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 그리고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단계에서 AI는 여전히 멈칫거릴 수밖에 없다. 교육과 연구처럼 결과가 늦게 도착하는 장기적인 과정 역시 인공지능이 온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다. 결국 좋은 답변을 내놓는 기술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인간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변의 맥락을 의심하며 이해하려는 노력만이 기술에 매몰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앞으로 인공지능이 우리 일상의 모든 기기에 스며드는 시대가 오면 인간의 사고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더욱 절실해질 전망이다. 교육자들은 결과물보다는 과정을 평가하고 정답의 이유를 스스로 설명하게 만드는 새로운 교육 설계를 고민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에게 효율적인 스케줄 대신 스스로 생각하고 실패할 수 있는 비효율의 시간을 허용하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진정으로 인간을 위해 활용하기 위해서는, 편리함의 유혹을 견디며 스스로 생각하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태도가 현대인의 필수 덕목으로 요구되고 있다.
- 40도 폭염에 우유 뚝, '치즈의 왕' 사라지나
유럽을 강타한 극심한 폭염이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특산물이자 전 세계 식탁의 필수 식재료인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 생산에 비상등을 켰다.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를 비롯한 주산지에서는 40도를 넘나드는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치즈의 핵심 원료인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풀과 건초만을 먹여야 하는 엄격한 생산 규정 탓에, 가뭄으로 인한 목초지 황폐화는 곧바로 치즈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기후 위기가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 식문화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현지 기상 당국에 따르면 올해 6월은 관측 사상 두 번째로 뜨거운 달로 기록되었으며, 지역의 젖줄인 포강의 유량은 불과 보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비가 내리지 않아 소들에게 먹일 건초 수확량이 줄어들자 젖소들의 영양 상태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온 스트레스로 인해 젖소의 사료 섭취량이 눈에 띄게 줄면서 우유 생산량은 평년 대비 최대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료 확보가 어려워진 생산 농가들은 치즈 숙성 공정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생산 비용의 급격한 상승 역시 업계를 압박하는 주요 요인이다. 치즈 저장고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냉방 전력 사용량이 평소보다 30% 이상 폭증하면서 농가와 가공업체의 경제적 부담이 한계치에 도달했다. 냉방비와 원유 가격이 동시에 치솟는 '더블 악재' 속에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과 같은 기후 변화가 계속된다면 미래 세대는 파르미자노 레자노를 맛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고수해온 장인들조차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해 망연자실한 상태다.기후 위기의 여파는 이탈리아 치즈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농축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올해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이미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는 몬순 강수량 부족으로 생산량 감소를 겪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의 팜유와 커피, 코코아 농장들도 가뭄과 병해충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열대 태평양의 수온 변화가 지구 반대편 식탁 물가를 뒤흔드는 나비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국제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기상 이변이 가져올 경제적 손실 규모를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극단적인 엘니뇨 현상이 현실화될 경우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은 14% 이상 감소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손실액은 수백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식량 생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곡물과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있으며, 이는 곧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위험이 크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국가일수록 이러한 기후 리스크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이탈리아 치즈 저장고에서 숙성 중인 수만 개의 치즈 휠은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위태롭게 놓여 있다. 전통을 지키려는 인간의 노력보다 자연의 변화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축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기술적 접근을 넘어 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과 지속 가능한 생산 인프라 구축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전 세계가 직면한 이 뜨거운 위기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가치와 지구 환경의 연결고리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 애플 iOS 27 베타 출시, AI 시리 베일 벗다
애플이 인공지능 기술을 전면 배치한 차세대 운영체제 iOS 27의 공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며 지능형 비서 '시리'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이번 업데이트는 개발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도 새로운 AI 기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된 iOS 기기가 약 25억 대에 이르는 만큼, 이번 공개 베타는 시리의 성능을 실전에서 검증하는 유례없는 대규모 테스트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를 통해 올가을 정식 출시 전까지 시스템의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새롭게 탈바꿈한 시리는 단순한 음성 명령 수행기를 넘어 사용자의 기기 내 정보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진정한 AI 비서로 진화했다. 이메일이나 메시지, 사진첩에 담긴 맥락을 파악해 복잡한 질문에도 논리적인 답변을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화면에 표시된 내용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관련 작업을 수행하거나, 웹상의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능력이 대폭 강화됐다. 이는 기존의 제한적인 비서 기능을 넘어 경쟁사인 오픈AI나 구글의 최신 챗봇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애플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운영체제와의 결합 방식도 한층 직관적으로 변했다. 사용자는 기존의 호출 방식 외에도 다이내믹 아일랜드를 아래로 스와이프하는 동작만으로 시리를 즉시 실행할 수 있다. 또한 아이폰의 통합 검색 기능인 스포트라이트와 시리가 하나로 묶이면서 검색의 정확도와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이번 버전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시리가 별도의 독립형 앱으로도 제공된다는 점이다. 챗봇 형태의 인터페이스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는 편리한 변화지만, 시스템 전반에 이미 통합된 시리를 굳이 따로 실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실제 초기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시리의 작업 수행 능력은 이전 세대와 비교해 눈에 띄게 정교해졌다. 수천 장의 사진 중 특정 인물이나 장소가 포함된 이미지를 정확히 찾아내고, 길게 이어진 그룹 메시지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주는 기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카메라를 통해 음식의 영양 성분을 분석하거나 지역의 최신 뉴스 정보를 브리핑해 주는 등 실생활 밀착형 기능들의 정확도가 개선됐다. 이는 시리가 단순한 검색 도구를 넘어 사용자의 일상을 관리하는 지능형 허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iOS 27은 시리 외에도 사진 편집과 사용자 편의 기능에서 큰 폭의 개선을 이뤘다. AI를 활용해 촬영된 사진의 구도를 재설정하거나 배경을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기능이 추가됐으며, 불필요한 피사체를 지우는 도구의 성능도 강화됐다. 특히 복잡한 설정이 필요했던 '단축어' 앱에 자연어 처리 기술이 도입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동작을 말로 설명하기만 하면 AI가 자동으로 최적화된 단축어를 생성해 주므로, 그동안 진입 장벽을 느꼈던 일반 사용자들도 고차원적인 자동화 기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현재 배포 중인 공개 베타 버전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구동 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미완성 소프트웨어 특유의 예기치 못한 오류 가능성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능을 미리 경험해 보고 싶은 사용자들에게 설치 전 반드시 전체 데이터를 백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금융 앱이나 업무용 필수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일반 사용자라면 베타 버전보다는 오는 9월로 예정된 정식 버전 출시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 미프진 허용 검토에 산부인과계 발칵 “가이드라인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절 유도 약물인 미프진의 국내 사용 허용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 입법이 장기간 멈춰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프진 도입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자 산부인과계를 중심으로 “안전성과 법적 책임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성평등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를 불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미프진 도입 검토를 지시한 직후다. 정부가 발 빠르게 부처 협의에 착수한 것은 온라인 불법 유통과 제도 공백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산부인과의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지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에서 개발된 임신중절 유도 약물로, 현재 10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00년 이를 허가했고, 세계보건기구도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에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정식 판매와 처방이 불가능한 상태다. 임신 몇 주까지 낙태를 허용할지, 어떤 기준과 절차를 둘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법적 공백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다.이 공백은 불법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정식 유통망이 없다 보니 일부 여성들은 해외 직구나 온라인 판매자를 통해 미프진을 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50만원 안팎까지 치솟았고, 성분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 거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한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사례는 3189건에 달한다.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법으로 획일적인 주수 기준을 정하는 방식만이 해답은 아니라며, 임신부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의사가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거론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바로 이 지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관련 법 개정 없이 의사의 재량에 맡길 경우, 부작용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이 의료진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에서 “합법적인 사용 주수와 허용 기준이 명시된 법적 테두리 없이 약물을 처방·판매하게 하는 것은 의료 현장을 사법적 리스크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미프진 복용 후 불완전 유산이나 과다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수술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진료 지침과 응급 대응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국내 도입 절차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있다. 의료계는 해외에서 사용 중인 약이라도 한국인에게 적합한 용량과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는 가교 임상 등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안전성 가이드라인과 유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허용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미프진 논란은 단순한 약물 허용 여부를 넘어 낙태 관련 입법 공백, 여성 건강권, 의료진의 법적 책임, 불법 유통 차단 문제까지 얽힌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제도권 관리 필요성을 앞세워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의료계는 안전성과 법적 기준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향후 부처 협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 물가 3%대에 칼 뺀 한은, 가계빚 1866조 흔들
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올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5월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춘 뒤 동결 기조를 이어왔지만, 물가와 환율, 가계부채 부담이 동시에 커지자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돌린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2.25%포인트에서 2.00%포인트로 축소됐다.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명분은 물가 불안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3.1%, 6월 3.2%를 기록해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과 중동 전쟁 이후 이어진 고유가가 겹치며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도 빠르게 뛰었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년 대비 20.6%, 생산자물가는 8.5% 상승해 향후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키웠다.신현송 한은 총재는 그동안 물가 대응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왔다. 특히 생활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3.4%로 전체 물가보다 높게 나타난 점을 주목했다. 식료품과 공공요금 등 체감도가 큰 품목의 가격이 오르면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금리 인상이 차주의 부담을 키우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방치할 경우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경기 여건도 금리 인상을 가능하게 했다. 인공지능 투자 확대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이 크게 늘면서 성장률 전망은 빠르게 개선됐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2.6%로 올렸고, 정부는 3.0% 성장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줄어든 것이 한은의 결정을 뒷받침했다.하지만 금리 인상의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국내 가계대출은 지난 3월 말 기준 1866조원으로 2023년 초보다 130조원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의 55%가 변동금리 대출이고, 최근 신규 대출에서는 변동금리 비중이 60%를 넘는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상당수 차주의 이자 부담이 곧바로 커질 수밖에 없다.한은 추산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전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연간 3조2000억원 늘어난다. 주택담보대출 5억원을 변동금리로 받은 차주는 연간 이자가 약 125만원 증가한다. 고물가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자 비용까지 늘면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 회복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금융시장 불안 요인도 있다. 주식시장 상승세를 타고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급증했다. 지난 5월 말 기준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빌린 주식 거래 자금은 39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의 두 배 수준이다. 금리 상승은 레버리지 투자자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주가 조정 시 반대매매 등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 한은의 긴축 전환이 엇갈린다는 점도 논란이다. 정부는 반도체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추가경정예산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린 800조원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은 돈을 풀고 통화정책은 돈줄을 조이는 구조가 되면서 정책 효과가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시장 관심은 이제 추가 인상 여부로 향한다. 물가와 환율, 가계부채가 안정되지 않으면 한은이 연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취약 차주와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향후 금리 경로는 물가 안정과 경기 충격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정교하게 잡느냐에 달려 있다.
- 가족이면 증거인멸도 무죄? 친족 특례 폐지론 확산
"아무도 믿지마. 엄마가 구해줄게." 영화 '마더'의 포스터 속 이 문구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괴물이 되기를 자처하는 뒤틀린 가족애를 상징한다. 2026년 광주에서 벌어진 여고생 살해 사건은 이 영화적 상상이 현실의 공권력과 결탁했을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성폭행을 목적으로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의 뒤에는 현직 경찰 간부인 그의 아버지가 있었다. 장 경감은 수사팀으로부터 아들의 자취방 비밀번호를 건네받아 범행의 결정적 증거인 리얼돌과 휴대전화를 폐기하며 아들을 구하기 위한 '괴물'이 되기를 선택했다.사건 초기 장윤기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성범죄 의도를 부인했으나, 검찰의 보완 수사로 드러난 진실은 참혹했다. 차량에서는 결박용 케이블타이가 발견됐고, 자취방에서는 흉기로 훼손된 리얼돌이 나오며 치밀하게 계획된 성범죄임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찰이 확보했어야 할 핵심 증거들은 장 경감의 손에 의해 이미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였다. 현직 경찰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수사 정보를 사적으로 유용하고, 아들의 범죄 흔적을 지우는 데 앞장선 그의 행태는 국가 공권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처참히 무너뜨렸다.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지점은 이토록 노골적인 수사 방해 행위가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우리 형법 제155조 제4항, 이른바 '친족 특례' 조항은 가족이 범죄자를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경우 형사 책임을 묻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1953년 제정 당시부터 유지된 이 법은 자식을 감싸려는 부모의 본능을 국가가 강제로 막을 수 없다는 '기대가능성' 이론에 뿌리를 둔다. 법은 가족의 도리를 저버리면서까지 정의를 실현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취지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그 인륜의 방패가 공직자의 범죄 은폐 수단으로 전락했다.실제로 과거 '파주 내연녀 살인사건'에서도 남편의 시신 유기를 도운 아내가 이 특례를 적용받아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전례가 있다. 법원은 배우자를 위한 행위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증거 조작 가담조차 면책해 주었다. 그러나 장 경감의 사례는 일반적인 가족의 범위를 넘어선다. 수사 기관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행위까지 '인간의 본성'이라는 이름으로 덮어주는 것이 과연 현대 사회의 정의에 부합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피해자 유가족의 고통보다 가해자 가족의 본능을 우선시하는 법의 태도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다.해외 주요국들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법 정의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미국과 영국은 부모나 배우자라 할지라도 증거를 숨기거나 없애면 사법 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이 원칙이다. 독일 역시 우리처럼 일률적으로 면책하지 않고 범죄의 중대성에 따라 처벌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일본이 우리와 유사한 제도를 두고 있지만, 법원의 재량에 따라 면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친족 특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관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친족 특례 조항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살인이나 성범죄 등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특례 적용을 제한하고, 공무원이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친족의 범죄를 도운 경우에는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자식을 구하려던 영화 속 어머니의 광기는 슬픈 여운을 남겼지만, 공권력을 이용해 아들의 범죄를 덮으려 한 현실 속 경찰 아버지의 행위는 사법 체계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법이 본능을 배려할 때, 그 배려가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의를 가로막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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