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사태 '후폭풍'... 4년 만에 최악의 생산 감소율 기록

경제 전문가들은 12·3 비상계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의 급격한 위축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혼선과 함께 정치적 불안정성이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월 전산업생산지수(원계열)는 106.5(2020년=100 기준)로, 지난해 1월(110.4)과 비교해 3.5%나 급감했다. 이는 한국 경제의 생산 기반이 크게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건설업 생산이 무려 27.3%나 폭락했고, 제조업 중심의 광공업 생산도 4.1% 감소하며 산업 전반의 침체를 이끌었다.
광공업 내에서는 반도체 생산이 20.8% 증가하며 유일한 희망의 불씨를 보였으나, 자동차(-14.4%)와 1차금속(-11.4%)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생산이 크게 줄어들었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0.9% 감소했는데, 특히 도소매(-5.4%)와 숙박·음식점(-3.3%) 부문에서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내수 경기 침체가 서비스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계절조정을 반영한 전산업생산지수는 더욱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1월 지수는 111.2로 전월(114.3)보다 2.7%나 감소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월(-2.9%) 이후 무려 4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 역시 건설업(-4.3%)과 광공업(-2.3%)의 생산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광공업 내에서는 기타운송장비(2.8%)의 생산이 소폭 증가했으나, 기계장비(-7.7%)와 전자부품(-8.1%) 등 핵심 산업에서 생산이 급감했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도소매(-4.0%)와 운수·창고(-3.8%) 등의 부진으로 전월 대비 0.8% 하락했다.
소비(소매판매) 부문은 지난해 1월과 비교했을 때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통신기기나 컴퓨터 같은 내구재 판매가 10.7%나 급감했고, 신발이나 가방 같은 준내구재 판매도 1.9% 감소했다. 반면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는 5.1% 증가하며 전체 소비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유통 채널별로는 면세점 판매가 무려 41.0%나 폭락했고, 무점포소매도 4.2% 감소했다. 반면 대형마트(16.4%)와 전문소매점(3.0%)은 판매가 증가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고가 제품 구매를 자제하고 생필품 중심의 알뜰 소비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1%) 판매는 소폭 증가했으나, 의복 등 준내구재(-2.6%)와 화장품 등 비내구재(-0.5%) 판매가 줄어 전체 소비는 0.6% 감소했다. 설 연휴와 임시공휴일 지정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오히려 위축된 것은 경기 불안과 소비심리 악화가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투자 부문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해 3.1% 감소했다. 기타운송장비 등 운송장비(14.2%)에서는 투자가 증가했으나, 영상음향통신기기 등 기계류(-7.9%)에서 투자가 크게 줄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전월 대비 설비투자 감소폭이다.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12.6%)와 기타운송장비 등 운송장비(-17.5%)에서 투자가 모두 급감하면서 전체 설비투자는 무려 14.2%나 폭락했다. 이는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대폭 축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건설투자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건설기성(건설업체의 공사 실적)은 건축(-29.2%)과 토목(-20.1%)에서 공사실적이 모두 급감해 전년 동월 대비 27.3%나 폭락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건설기성은 4.3% 감소했다. 건설수주도 기계설치 등 토목(-38.8%)과 주택 등 건축(-17.3%)에서 크게 줄어 전체적으로 25.1% 감소했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정부의 SOC 예산 축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4포인트 하락했고,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0.3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향후 경기 전망도 밝지 않음을 시사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월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긴 설 명절로 조업일수가 감소해 대부분의 지표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단순한 계절적 요인을 넘어 구조적인 경기 침체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높은 가계부채와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투자와 소비 심리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