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김은 '금값'인데…바다에 버려지는 '물김' 6천톤 폐기?

 전국 식탁에 오르는 김이 '금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른김 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정작 산지에서는 생산 과잉으로 물김이 대량 폐기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산지위판장에서 폐기된 물김은 무려 5,989톤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전남 지역의 폐기량이 5,296톤으로 가장 많았고, 경인, 전북, 충남, 부산 순으로 나타났다.

 

물김 폐기가 속출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풍년' 때문이다. 지난해 김 수출 호조와 가격 상승으로 양식업에 뛰어드는 어민들이 크게 늘어난 데다, 해수부의 신규 양식장 허가, 불법 양식까지 더해져 생산량이 급증했다.

 


실제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남 지역의 물김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했고, 부산과 충남은 각각 76.9%, 64.9% 급증했다.

 

문제는 늘어난 생산량에 비해 김 가공 업체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경매에서 팔리지 못한 물김은 폐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위판된 물김 가격은 ㎏당 평균 762원으로 작년(1,655원)보다 무려 54%나 폭락했다.

 

반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마른김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1일 기준 마른김 가격은 장당 145원으로 평년보다 55.5%, 작년보다 31.9%나 비싸다.

 

물김 폐기 사태가 심각해지자 해수부는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물김 계약재배를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수산물 계약재배 경험 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풍년이 오히려 생산자에게는 시름을 안겨주고 소비자에게는 부담을 가중시키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생산량 조절, 유통구조 개선,  수출 시장 다변화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