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빙하는 흙더미로 변해가는 중...전문가들 '이제 늦었다'

 프랑스 알프스의 자랑이자 유럽 최대 빙하 중 하나인 메르데 빙하(Merde Glecier)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7km에 달하는 이 거대한 빙하는 이제 그 웅장한 모습 대신 흙더미에 덮인 채 그 자태를 감추고 있다.

 

샤모니에서 20분가량 등산열차를 타고 해발 1,913m 지점까지 오르면 만날 수 있는 메르데 빙하는 한때 관광객들의 성지였다. 웅장한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이곳에는 빙하동굴과 전망대, 호텔, 그리고 빙하를 소개하는 글라시움(Glacium)까지 갖춰져 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의 풍경은 심각한 기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빙하 위로 내리는 비다. 본래 이 고도에서는 눈이 내려야 정상이지만, 기온 상승으로 인해 비가 내리면서 빙하의 소실을 가속화하고 있다. 빙하 표면이 비에 녹아내리고, 그 물이 다시 빙하를 깎아내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관리자들은 빙하 표면을 하얀 천으로 덮는 '프로텍트 아이스(Protect Ice)'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치 환자의 상처를 감싸는 붕대처럼 보이는 이 하얀 천은 빙하의 소실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인간의 필사적인 노력을 상징한다.

 


빙하동굴 내부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보여준다. 외부 기온이 10℃일 때 동굴 내부도 6.9℃를 기록하고 있어, 빙하가 녹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동굴 바닥은 이미 질퍽해져 미끄럼 방지를 위해 천을 깔아놓았고, 곳곳에는 빙하의 소실 속도를 측정하는 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빙하의 끝부분은 대부분 흙더미에 묻혀 있으며, 중간중간 듬성듬성 보이는 빙하는 마치 거대한 상처처럼 보인다. 이탈리아의 그랑조라스(4,208m)에서 내려다보이는 이 광경은 마치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의 신음 소리를 들려주는 듯하다.

 

붉은색 등산열차가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동안에도, 폭포수는 쉼 없이 빙하를 깎아내리고 있다. 빙하동굴은 마치 광산처럼 구멍이 뚫려 있고, 주변에는 하얀 천과 지붕, 건설자재들이 어수선하게 널려있다. 이는 빙하를 보존하기 위한 인간의 안간힘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구름 한 점이 빙하 위를 지나갈 때면, 마치 인류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만 같다. "하나뿐인 지구를 사랑하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울리는 듯하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 그리고 이 위대한 자연유산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알프스의 눈물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